[원예치유 #04] 치매장모님과 식물가꾸는 행복(치장행) : 온 가족이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케어 이야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텃밭의 치매장모님과 식물을 가꾸며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치장행(치매/장모/행복)입니다.


1. "어머니, 올해는 마당 한구석에 조그맣게 텃밭 한번 같이 가꿔볼까요?"

2026년 봄이 시작되자 사위가 장모님께 던진 소소한 제안 하나가 우리 집 텃밭마당에 잔잔한 기적을 불러왔습니다. 장에 나가 모종을 고르고, 어머니와 온 가족이 쪼그려 앉아 흙을 고르며 모종을 심던 날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날 이후 이 작은 마당은 어머니와 우리 가족 모두의 소중한 웃음 보물창고가 되었습니다.

시장에 가서 모종을 사온 모습


마당 텃밭에 모종을 옮겨 심고 있는 모습


연세가 들수록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쓸쓸한 일입니다. 하지만 텃밭이 생긴 뒤로 어머니의 하루에는 가슴 설레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아침 햇살이 차오르면 가장 먼저 마당으로 나아가 파릇하게 자라난 채소들을 살피고 다정하게 손길을 건네는 것이 어머니의 가장 행복한 첫 일과가 되었습니다.


마당의 채소를 가꾸는 모습


불편하신 몸이지만 텃밭과 화분을 오가며 가꾸고 채소를 돌보는 시간, 매일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초록빛 생명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니께는 그 어떤 약보다 강한 삶의 활력이 됩니다.


딸들이 마당 텃밭에서 미나리와 채소를 수확하는 모습


텃밭 일손에는 딸들도 발 벗고 나섭니다. 가족들이 집에 어머니를 보러 오면 텃밭에 나란히 앉아 미나리도 캐고 채소들을 수확하는 동안, 마당에는 정겨운 이야기와 웃음꽃이 끊이지 않습니다.

 

2. 어머니의 한마디 : "이거 잘 키워서 우리 자식들 맛있게 먹여야지."

자식들 먹일 생각에 갓 딴 싱싱한 야채를 세척하는 어머니의 손길에는 사랑이 가득합니다. 

손수 키운 야채를 솎아서 세척하는 모습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그 마음 자체가 어머니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입니다.

야채를 솎아서 비빔밥을 해 먹는 모습


가족들의 케어는 마당 텃밭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답답해하실 어머니를 위해 저녁 무렵이면 가족들이 직접 휠체어를 밀고 발걸음을 맞추며 가까운 저수지로 저녁 산책을 나갑니다.

가족들이 휠체어를 밀고 함께 걸으며 야외 데크길을 산책하는 모습


잔잔한 호숫가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야경을 함께 바라보는 시간.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저수지의 불빛만큼이나 어머니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집니다. 딸과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서서 야경을 감상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깊은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호숫가 난간에 기대어 야경을 함께 바라보며 교감하는 어머니와 딸의 뒷모습


■ 마치며 : 소소한 일상이 주는 치유의 힘

부모님을 모시고 케어한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위와 딸들, 아들들까지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아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함께 걸어주는 것, 그리고 도란도란 따뜻한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족 모두의 정성과 사랑 속에서, 우리 집 마당과 일상에는 오늘도 찐한 행복이 푸르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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